"선생님, 이건 왜 이렇게 되죠?" 질문이 많은 아이들은 활발하고 자신감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늘 조용히 앉아 있는 아이들은요? 그 아이들이 궁금해집니다. 말 없는 시간 속 그 마음은 어떤 걸까요.
다양한 학원들을 오가며 수업을 지켜보다 보면,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보다 조용한 아이들이 더 눈에 띄는 날이 있어요. 특히, 모든 설명이 끝나고도 손을 들지 않는 친구. 교재에 눈은 고정돼 있지만, 이해한 건지, 놓친 건지 알 수 없는 그 표정. 그런 아이를 보면 오히려 신경이 더 쓰이곤 해요. 말을 아끼는 아이들은 교실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앉아 있을까요? 오늘은 그 조용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목차
1. 늘 조용한 아이, 수업을 안 듣는 걸까?
수업 중 손을 들지 않는 아이는 쉽게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몇 번이고 수업을 지켜보며 느낀 건, 조용한 아이들이야말로 수업을 깊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에요. 말이 없다는 건 감정도, 생각도 없다는 의미가 아니거든요.
어쩌면 질문을 하지 않는 건 몰라서가 아니라, 지금은 그저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문득, 설명이 끝난 직후에도 여전히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는 그 아이의 손이 눈에 밟혔던 기억이 납니다.
2. 질문 없는 아이도 수업에 몰입하고 있을 수 있다
눈에 띄는 아이보다, 눈에 안 띄는 아이가 오히려 더 집중하고 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던 적이 있어요. 겉으로는 반응이 없어도, 수업 내용을 온전히 내면으로 흡수 중인 경우도 있죠. 질문은 없지만, 수업 후 정답을 정확히 쓰거나 노트에 정리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면 반응 | 내면 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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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없음, 시선 고정 | 설명 흐름에 맞춰 개념 구조화 중 |
표정 변화 없음 | 내용 집중 중, 메모에 몰입 |
수업 중 대화 없음 | 혼자만의 정리, 이해 흐름 따라가기 |
3. 그 아이에게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조용한 아이에게 갑작스레 질문을 던지면 오히려 더 위축될 수 있어요. 대신, 아래와 같은 ‘존중형 접근법’이 더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 먼저 눈을 마주치고, 질문을 기다리지 않기
- “이거 이해됐는지 그냥 끄덕여도 돼 :)”처럼 말로 부담 줄이기
- 말보다 ‘메모, 필기’를 통해 아이의 참여 확인하기
- 질문이 아닌 ‘선택지’ 형태로 반응 유도하기
중요한 건, ‘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너의 리듬대로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예요.
4. 반응 없는 얼굴 속 숨겨진 감정 패턴
아이들은 표현에 있어 매우 다양한 ‘방식’을 갖고 있어요. 어떤 아이는 모르면 곧바로 손을 들고, 어떤 아이는 모른 채 지나가고, 어떤 아이는 이해했지만 굳이 말하진 않죠.
수업 중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이도 속으로는 수많은 감정의 레이어가 겹쳐져 있을 수 있어요. “틀리면 어쩌지?”, “내가 느린 걸까?”, “이건 말 안 해도 되는 문제잖아” 말 없는 얼굴 뒤의 감정을 읽어내는 힘, 그게 교사에게는 필요해요.
5. 질문은 없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았던 한 아이
몇 년 전 한 학원에서 만났던 중2 아이가 생각나요. 한 학기 동안 단 한 번도 질문한 적 없었지만, 늘 맨 앞자리에 앉아 조용히 듣던 친구였죠. 수업이 끝난 어느 날, 그 아이가 말없이 제게 메모지를 건넸어요.
메모 내용 | 그날 제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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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설명 완전 잘 들었어요 :)” | 아, 이 아이는 계속 듣고 있었구나… 벅차고 고마웠던 순간 |
“말로는 못 하겠어서 글로 남겨요” | 조용한 감정의 언어가 더 깊게 와닿았어요 |
6. 질문하지 않는 아이에게 교사가 할 수 있는 한 마디
그날 이후 저는 조용한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건네기보다 조용한 응시를 오래 유지하려 노력하게 됐어요. 그리고 수업 중 슬쩍 이런 말을 건넵니다:
- “말 안 해도 괜찮아, 대신 계속 봐줘서 고마워 :)”
- “너는 항상 조용히 집중하더라. 난 그게 참 좋아.”
- “질문 없어도 괜찮아. 오늘도 잘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
말 없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질문 유도가 아니라, 그 조용함을 ‘인정해 주는 한 마디’ 일지도 몰라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이해하고 있음에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거나, 조용히 받아들이는 방식이 익숙한 아이일 수 있어요.
눈빛, 고개 끄덕임, 필기 상태 등 말이 아닌 요소로 피드백을 전달해보세요. “말 없어도 잘 듣고 있구나”라는 언급만으로도 아이는 인정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요.
지적보다는 ‘존중’의 피드백이 먼저입니다. 관찰 후 천천히 관계를 형성한 뒤 아이의 리듬에 맞는 개입이 효과적이에요.
네, 특히 소극적이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틀릴까 봐, 혹은 튀지 않으려고 스스로 눌러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으로 확인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지를 주거나 칭찬하는 방식으로 수업 흐름을 해치지 않고도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요.
교실에는 늘 조용한 아이가 있어요. 눈에 잘 띄진 않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친구들. 그 아이들은 질문 대신 침묵으로 반응하고, 감정을 단어 대신 눈빛으로 표현합니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오래 바라봐야 하고, 말이 없어도 함께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해줘야 해요. 수업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니까요. 조용한 아이에게도 오늘 하루, 선생님의 눈빛 하나가 따뜻한 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