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4. 10. 09:57

그날 나는 아이를 가르치지 않고,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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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 이미지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했어요. 익숙했던 손들기 대신, 멍하니 교재만 바라보던 아이. 그 조용한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요…”

여러 학원을 오가며 많은 아이들을 만나요. 그날도 익숙한 수업이었지만, 유독 조용한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언제나 적극적이던 친구가 멍한 표정으로 앉아만 있었죠. 그저 피곤한 걸까, 아니면 무언가 말하지 못한 감정이 숨어 있을까. 직접 묻기보다 먼저 바라봐주고 싶었던 그 순간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순간 속의 느낌과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평소와 다른 그 아이, 수업 속 ‘멈춤의 순간’

그날 수업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문제를 풀고, 질문하고, 제가 설명하는 반복된 흐름이었죠. 그런데 뒷줄에 앉아 있던 한 아이가 유난히 조용하더군요. 눈빛도, 손놀림도 멈춘 듯한 느낌. 마치 멍하니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피곤한가 싶었지만, 뭔가 이상했죠. 수업 분위기는 그대로인데, 그 아이 주위만 시간이 정지된 듯했어요.

그 조용한 정적 속에서 느껴진 건 단순한 ‘무반응’이 아니라, 뭔가 말 못 할 감정이 웅크리고 있다는 ‘기운’ 같은 거였어요. 그리고 그 느낌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2. 말보다 눈빛이 먼저였던 아이의 반응

쉬는 시간에 아이에게 직접 다가가 묻진 않았어요. 대신 가볍게, 평소처럼 말을 건넸죠. “오늘은 조용하네? 무슨 일 있어?” 대신 “조금 피곤해 보여. 괜찮아?” 그 짧은 한 마디에 아이가 살짝 고개를 들었고, 눈빛이 흔들리다 멈췄어요. 표정은 여전히 멍했지만, ‘들어준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게 느껴졌죠.

내가 한 말 아이의 반응
“조금 피곤해 보여. 괜찮아?” 고개를 살짝 들며 눈 마주침, 대답은 없음
“오늘은 말이 없네 :)”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미소, 고개를 끄덕임
“필요하면 이야기해줘. 나 여기 있어 :)” 아주 작게 “네...”라고 대답

3. 묻지 않고 말 건네기, 교사의 접근법

아이들에게 ‘상태’를 직접 묻는 건 부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말 대신 느낌을 공유하는 방식을 사용해요. 질문보다 먼저 건넬 수 있는 말들, 이런 식으로요:

  • “오늘은 조용하네? 무슨 생각해?”
  • “필요하면 말 안 해도 돼. 그냥 알아만 두면 돼.”
  • “선생님은 네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

이런 말들은 아이에게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보다 ‘그냥 옆에 있어줄게’라는 편안함을 전해줍니다. 아이의 변화는 말보다 감정에서 먼저 오니까요.

4. 반복되는 신호들, 교실 속 감정 패턴

그날 이후, 다시금 교실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사실 아이들의 ‘신호’는 늘 있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조용히 눈을 내리깐 아이, 연필만 굴리던 아이, 괜히 웃고 있던 아이… 이제는 그 모습들 속에서 ‘신호’를 읽게 됩니다.

이건 ‘특별한 스킬’이라기보다, 조금만 느슨해진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건 교사의 눈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보는 일입니다.

5. 그날 이후, 내가 수업을 바라보는 방식

예전엔 수업을 잘 ‘진행’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계획한 내용을 다 끝내야 뿌듯했고, 질문이 많을수록 수업이 잘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날 이후, 저는 아이의 ‘눈빛’을 먼저 살피게 됐어요.

예전의 나 지금의 나
수업 시간 안에 진도 다 나가야 한다 진도보다 분위기와 감정 상태를 먼저 본다
질문이 많은 날이 좋은 수업이다 아이들이 조용해도 집중하고 있다면 그게 좋은 수업이다
아이들 반응이 없으면 지루한 수업이다 반응이 없어도 그 안에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6. 교사로서 매일 적는 작은 노트 한 줄

요즘은 수업이 끝나면 한 줄짜리 메모를 남겨요. ‘오늘은 A가 눈을 잘 안 마주쳤다.’ ‘B는 집중이 오래가지 못했다.’ ‘C는 평소보다 웃음이 많았다.’ 이렇게 쌓이는 기록이 다음 수업의 준비가 되더라고요.

  • “오늘 조용했던 아이, 내일은 눈 마주치며 먼저 인사해 줘야지.”
  • “화가 나 보이던 친구에게는 별말 없이 웃어주자.”
  • “늘 밝은 친구가 말이 없던 날, 그냥 옆에 있어주자.”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 이전에, 같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Q 아이가 수업 중 멍한 표정을 지을 때 꼭 이유가 있는 걸까요?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단순히 피곤하거나 집중 흐름이 깨진 순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반복된다면 감정적 신호일 가능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수업 중 아이 감정까지 신경 쓰는 건 너무 벅차요.

모든 순간에 대응하기보단, 하루에 1~2명만 더 깊이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관찰도 훈련입니다.

Q 아이에게 다가갈 때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요?

“괜찮아?”보다 “오늘은 조용하네”처럼 느낌을 먼저 말하는 게 좋아요. 말보다 분위기를 읽는 접근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Q 아이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어떻게 반응하죠?

말이 없다는 건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일 수도 있어요. 억지로 끌어내기보다, 옆에 있어주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Q 모든 아이를 이렇게 세심하게 보긴 어렵지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하루 한 명’ 정도로 줄여서 시작해 보세요. 그날 한 명만 더 알아보는 것, 충분히 실천 가능한 관찰입니다.

Q 교사가 감정까지 케어해야 하나요?

교사가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수업이라는 관계 안에서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은 ‘교사의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수업은 반복되지만, 아이들은 매일 다르게 교실에 들어옵니다. 어제는 웃던 아이가 오늘은 멍하니 앉아 있을 수도 있고, 항상 말이 없던 친구가 갑자기 먼저 질문할 수도 있어요. 나는 교사이기에, 아이의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애씁니다. 말보다 먼저 감정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오늘 하루, 아이를 가르치는 시간 중 몇 초라도 ‘그 아이의 상태’를 생각해 본다면, 그 수업은 이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업’이 됩니다. 우리의 수업이 그런 하루가 되길, 오늘도 마음을 다해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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