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 아이들은 종종 이 짧은 말 한마디로 수업의 흐름을 멈추곤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정말 ‘모른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감정의 표현일까요?
여러 학원을 오가며 수업 준비가 한창인 교실에 잠시 머물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선생님과 아이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그중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있어요. “그거 몰라요.” 수업 중 아주 익숙한 반응이지만, 듣다 보면 이 말이 단순히 모른다는 뜻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선생님의 말투, 아이의 표정,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그 한마디에 담긴 감정과 메시지가 달라 보이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그런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몰라요’라는 말의 의미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목차
1. 수업 시간, 가장 많이 들리는 말
“그거 몰라요.” 이 말은 수업 중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가장 자주 오가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설명을 막 끝낸 순간, 혹은 문제를 제시하자마자 등장하는 이 짧은 반응은 수업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만들죠.
하지만 이 말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 진짜 몰라요’보다는, ‘지금 머리가 하얘졌어요’, ‘이 문제 무서워요’, 혹은 ‘혼날까 봐 걱정돼요’라는 감정일 수 있다는 거죠.
2. 정말 몰라서일까? 그 말의 이면
“몰라요.”라는 말은 실제 모름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더 자주 나타나는 건 감정의 회피 방식이에요. 아이들이 그 말을 사용할 땐, 대부분 아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 ‘몰라요’ 상황 | 실제 의도 |
|---|---|
| 문제를 처음 보고 당황했을 때 | “시간 좀 주세요”라는 요청 |
| 지적받을 것 같을 때 | “혼나기 전에 방어하려는 표현” |
| 정답을 알지만 자신 없을 때 | “확신이 없어요, 맞을까요?”의 메시지 |
3. 교사의 반응 패턴이 아이에게 남기는 것
“왜 또 몰라?”, “이건 아까 설명했잖아!” 이런 반응은 너무 익숙하지만, 아이에게는 반복된 부정의 기억으로 남기 쉽습니다.
- 즉각적인 지적은 아이의 방어를 강화시킴
- 부드러운 유도 질문은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
- 감정이 아닌 상황 중심의 피드백이 효과적
“아, 그 부분 다시 한번 볼까?” 이처럼 대화의 톤을 바꾸는 작은 반응 하나가 아이의 “몰라요”를 “아, 생각났어요”로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4. ‘모른다’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감정들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일수록, 그 안에는 감정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몰라요’라는 말 뒤엔 ‘자신 없음’, ‘실망이 두려움’, ‘집중하지 못한 미안함’ 같은 감정이 숨어 있기도 해요.
이럴 땐 정답보다 아이의 표정을 먼저 보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어요. 말의 의미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 반응’을 읽는 거죠. 교사가 먼저 감정을 이해해 주면, 아이들은 다시 ‘알고 싶은 마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5. 작지만 다른 반응, 수업 분위기를 바꾸다
같은 말에 대한 교사의 반응이 바뀌면, 수업의 흐름도 달라집니다. “왜 또 몰라?” 대신 “어떤 부분이 헷갈렸을까?” 단 한 문장만 바꿔도 아이의 태도는 확 달라져요.
| 기존 반응 | 대체 가능한 말 | 아이 반응 |
|---|---|---|
| 왜 몰라, 이거 설명했잖아! | 아까랑 비교해서 뭐가 달라졌는지 볼까? | 눈빛이 달라짐, 다시 집중 시도 |
| 아휴, 또 틀렸네 | 괜찮아, 어디부터 다시 보면 좋을까? | 자기 설명 시작, 분위기 유연해짐 |
6. ‘모른다’는 말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
아이들은 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법을 찾습니다. ‘몰라요’는 그중 가장 간단한 방어막이죠. 그 말을 들었을 때, 교사는 선택해야 합니다. 실수를 지적할지, 감정을 이해할지.
- ‘몰라요’라는 말은 하나의 언어, 감정의 언어입니다.
- 교사는 그 언어를 해석하는 번역자가 될 수 있어요.
- 그 말 너머의 마음을 먼저 보는 눈, 거기서 수업은 다시 시작됩니다.
우리는 아이가 말하는 ‘몰라요’ 속에서 ‘나를 좀 더 기다려달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설명을 반복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느 지점에서 막혔는지 유도 질문을 던져보세요. 아이 스스로 ‘몰라요’의 범위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힌트 주기 → 생각 유도 → 대화 확장’의 방식으로 점차 말을 풀어보는 경험을 반복시켜 주세요.
그럴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실망을 경험한 아이는 스스로 기대를 낮추는 방식으로 ‘몰라요’를 사용합니다. 감정을 어루만지는 반응이 먼저 필요합니다.
수업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아이에게 ‘지금은 넘어가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신 개별적으로 다시 접근해 주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정답 여부보다 아이의 감정 상태를 먼저 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을 먼저 이해하려는 자세가, 수업의 분위기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수업 중 던지는 “몰라요”라는 말, 그건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 말 한마디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교사는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교실에서 오가는 짧은 대화 속에, 아이의 마음이 숨어 있다는 걸 오늘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