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교사는 말보다 한숨이 먼저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도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읽어내는 순간부터 수업이 조금 달라집니다.
학원 현장을 오가며 여러 교실을 지켜보다 보면 늘 같은 문제에서 틀리는 아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선생님들도 처음엔 “왜 또 이걸 틀릴까?” 하고 의아해하시죠.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 뒤에는 단순한 이해 부족이 아닌 그 아이만의 리듬과 사고방식이 숨어 있더라고요. 오늘은 그 반복의 순간 속에서 교사가 어떤 시선을 가질 수 있을지 한 수업 장면을 바탕으로 나눠보려 합니다.
목차
1. 같은 문제에서 계속 틀리는 아이
어느 수업에서든 한두 명쯤은 항상 같은 문제를 틀리는 아이가 있어요. 어렵지도 않은 개념인데 이상하게 반복해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거 지난주에도 틀렸었는데…”라고 중얼거리죠.
제가 관찰한 한 수업에서도 그런 아이가 있었습니다. 분수의 통분 문제만 나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던 아이. 기초 개념은 이해한 듯했지만, 문제만 풀면 실수가 이어졌어요. 아이도 답답한지 “아 또 틀렸어…”라고 혼잣말을 내뱉더군요.
2. 실수의 반복, 단순한 실력이 아닐 수도 있다
반복되는 실수는 종종 ‘공부를 안 해서’, ‘집중을 못 해서’라고 해석되곤 해요.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아이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틀린 걸 몰라서가 아니라, 습관화된 사고 흐름 때문’ 일 때가 많습니다.
| 겉으로 보이는 이유 | 내면의 실제 이유 |
|---|---|
| 계산 실수 | 기억에 남은 방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 |
| 지적했는데도 또 틀림 | 긴장으로 인한 반복 반응 |
| 설명 후에도 이해 못함 | 듣는 방식과 설명 방식의 간극 |
즉, 실력보다 습관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 그걸 놓치면 똑같은 설명과 지적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3. 교사의 반응이 아이에게 남기는 감정
그날 수업에서 선생님은 처음엔 “이건 정말 자주 틀린다~”라고 가볍게 웃으며 넘어가려 했지만, 세 번째 같은 실수가 나오자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다시 설명을 시작하셨어요. 그때 아이의 어깨가 살짝 움츠러드는 게 보였죠.
- 지적은 기억보다 감정으로 남는다
- 실수보다 눈치가 더 빠르게 학습된다
- “또 틀렸네”라는 말이 “난 못하는 애인가?”로 바뀔 수 있다
교사의 말 한 마디는 교정이 되기도 하고, 낙인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결국, 아이가 수업을 기억하는 방식이 되죠.
4. 반복의 패턴을 읽어내는 관찰력
실수를 반복하는 아이를 지켜보던 선생님은, 나중엔 아이의 풀이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왜 또 틀렸을까?”보다는 “왜 이 순서를 이렇게 반복하지?”라는 관점으로요.
그 안에는 그 아이만의 패턴이 있었어요. 문제를 푸는 순서, 손의 움직임, 사고의 방향. 그걸 읽어낸 순간, ‘지적’이 아닌 ‘이해’가 시작됐죠.
5. 틀린 게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못 빠져나오는 것
한 아이는 계속 통분할 때 ‘덧셈 분모만 곱하기’ 방식으로 잘못된 습관을 반복했어요. 문제는 아이가 그 방법에 익숙하다는 점이었죠. 틀렸다기보다는 ‘그 방식이 편하고 빠르다’는 느낌이 강했던 겁니다.
| 실수 형태 | 원인 분석 |
|---|---|
| 분모끼리 곱하기만 계속 반복 | 과거 익힌 잘못된 습관이 자동화됨 |
| 같은 순서로 실수 반복 | 풀이 흐름이 습관화되어 수정 어려움 |
| 틀린 줄 알면서도 손이 먼저 감 | 불안할 때 ‘기억 의존’으로 진행 |
이해 부족보다 더 어려운 건, ‘잘못된 익숙함’이에요. 그걸 바꾸는 건 지적보다 느긋한 재학습이 필요하죠.
6. 같은 실수를 대하는 교사의 새로운 접근법
그 수업 이후, 선생님은 실수를 지적하는 대신 그 아이가 어떤 순서로 문제를 풀고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보셨어요. 틀린 풀이를 지우기보다 ‘왜 그렇게 했는지’ 이유를 묻는 방식으로요.
- 지적보다 질문: “이 순서로 푼 이유가 있을까?”
- 풀이과정 나누기: “여기까지는 정확했어, 그다음은?”
- 반복 실수는 다시 학습의 시작점
결국 아이는 틀린 게 아니라, 고쳐야 할 익숙함 속에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는 힘은 교사의 말보다, ‘관찰의 시선’에서 나왔어요.
풀이 과정을 끊어 질문하며 진행해 보세요. 전체를 한 번에 고치기보단, 한 단계씩 점검해 익숙한 패턴을 천천히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지적보다 먼저 ‘이유’를 묻는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실수의 근본 원인을 모른 채 반복 지적하면, 아이는 점점 위축될 수 있어요.
항상 그런 건 아닙니다. 과거에 익힌 방식이 잘못된 경우, 실력이 있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어요. 습관 자체를 점검해야 합니다.
문제를 바로잡는 것보다,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 먼저예요. 눈앞의 정답보다, 풀이 순서를 바꾸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괜찮아, 다시 해보자”, “이번엔 어디서부터 달랐는지 함께 보자” 실수를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다시 보는 기회’로 받아들이게 해 주세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아이를 보면, 교사는 때로 답답함보다는 무력감을 먼저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수는 그 아이의 사고 습관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왜 또 틀릴까?”라는 질문 대신, “왜 이 방법을 계속 쓰게 됐을까?”라고 묻는 순간, 수업은 지적의 자리가 아닌 이해의 공간으로 바뀝니다. 실수는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이해를 시작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